전기차의 효율 – 미래는 결국 배터리다?

며칠전에 2017 서울터쇼에 참석해서 쉐보레 볼트(Bolt) 전기차를 직접 눈으로 보고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소형차 크기에  60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한 번 충전에 380Km가 넘는 주행거리를 달성한 것도 놀라운데 모터의 출력이 200 마력이 넘는다는 점은 더 놀라웠습니다. 내연기관 엔진을 사용하여 200마력을 내려면 적어도 2500cc 정도의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하거나 1600cc 정도의 터보 엔진을 탑재해야 합니다. 전자의 경우 엔진 자체의 크기 때문에, 후자의 경우 터보 차저와 인터쿨러를 연결하는 배관 때문에 볼트와 같이 작은 엔진룸을 가진 차에는 탑재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출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형인 모터와 변속기가 필요 없다는 점이 작은 엔진룸을 가진 볼트가 200마력이 넘는 강력한 출력을 낼 수 있게 한 것이지요.

쉐보레 볼트(Bolt) 전기차의 엔진룸 (2017 서울모터쇼 촬영)

볼트를 구경하다 보니 전기차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전기차 보급을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인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얼마나 개선될 여지가 있는지를 알아보고 싶어 글을 시작합니다. 배터리의 성능 향상은 느린편이라 현재의 전기차들이 배터리에 저장된 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안다면 배터리의 발전과는 별개로 전기차의 주행 거리가 늘어날 가능성을 알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자동차의 운용 단계에서의 에너지 효율은 Tank-to-Wheels efficiency라는(이하 TtW효율) 표현을 사용하여 나타내는데 문자 그대로 에너지 저장 탱크(배터리 또는 연료탱크)로 부터 바퀴까지의 전달 효율을 나타냅니다. 함께 쓰이는 표현으로는 Well-to-Tank efficiency가 있는데 원유나 석탄등의 에너지원을 채굴하여 가공/발전 및 운송/배전하여 주유/충전을 통해 자동차의 에너지 저장 탱크까지 전달되는 효율을 나타냅니다. Well-to-Tank와 Tank-to-Wheels efficiency를 합하면 Well-to-Wheels efficiency가 되는데 전기차의 친환경성을 연구하는 기관들에서는 이 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웹 검색을 해보면 TtW효율과 관련된 많은 자료가 쉽게 검색이 되는데 제가 찾은 몇 가지 결과를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SAE Vehicle Electrification 매거진 자료 (닛산 리프)

전기차의 TtW효율을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자료는 2011년 2월 SAE Vehicle Electrification 매거진에 닛산이 공개한 자료[1]에 실린 아래 그래프입니다. 닛산 리프 전기차의 모터 회전수와 토크에 따른 electric powertrain의 효율을 보여주고 있는데, 전 영역에서 85% 이상의 효율을 보여주고 있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본문 내용중에는 명확히 나와 있지는 않지만 “electric powertrain”이라는 단어를 글자 그대로 해석한다면 배터리 -> 인버터 -> 모터 -> 감속기 -> 바퀴 까지로 이어지는 과정에서의 모든 손실을 포함한 효율로 추측됩니다.

닛산 리프 electric powertrain의 효율 (출처 – “Power from Within”, Nissan LEAF Special Edition of SAE Vehicle Electrification, 2011)

위의 그래프를 살펴보면 모터의 최대토크는 정지상태부터 나오고 최대 회전수는 10,390rpm에 이릅니다. 모터의 이러한 특성덕에 리프를 포함한 대부분의 전기차는 변속기 대신에 간단한 감속기 만을 탑재하는데 powertrain의 효율을 높이고 무게를 줄이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함께 위의 그래프에서도 예전의 테슬라 모델 S 관련글에서 언급한대로 낮은rpm 또는 저부하 조건에서 심하지는 않지만 powertrain의 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 Transport and Air Pollution 심포지엄 자료

닛산 리프 관련 자료는 전체 시스템의 효율을 모터 회전수와 부하에 따라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훌륭하지만 배터리, 인버터, 모터, 감속기 등을 거치는 각 단계에서 얼마만큼의 에너지 손실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보여주지 않아 또 다른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2013년 Transport and Air Pollution 심포지엄에 발표된 논문[2]에서는 기존에 발표된 자료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여 특정 전기차 모델 대신에 일반적인 소형 전기차에 대한 모델을 만들었는데 각 단계의 손실을 아래의 표와 같이 추정했습니다.

전기차 구동 계통의 에너지 손실 (출처 – “Electric vehicle and plug-in hybrid energy efficiency and life cycle emissions”, International Symposium Transport and Air Pollution, 2013)

표 윗 줄의 항목들은 배터리에 저장된 에너지로 얼마만큼의 거리를 갈 수 있는지 계산하기 위해 필요한 값들이며, TtW효율과 관련된 값들은 아랫줄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표에는 배터리 충전시의 효율(Charing)도 함께 나와 있지만, 관심있는 사항은 배터리 충전이 끝난 후에 배터리->인버터(Battery), 인버터->모터(Engine), 모터->감속기->바퀴(Drive Train) 과정을 거치면서의 효율인데 이 값들을 함께 계산해 보면 95% x 90% x 95% = 81%의 효율로 앞에서 알아본 닛산 리프보다 살짝 낫지만 비슷한 효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참고한 논문[2] 에서는 다양한 주행 패턴에 대해 가감속 패턴과 이에 따른 회생제동, 전자 장비 및 에어컨 사용까지를 고려하여 100Km를 가는데 필요한 배터리의 용량을 계산한 결과도 함께 표시하고 있는데 도심일 경우 20.4kWh 고속도로 주행일 때 24.9kWh 정도의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한 가지 주의하실 점은 전기차의 주행 거리는 기온의 영향도 많이 받는데 이에 대한 조건은 논문상에서 명확하지 않아 참고치 정도로만 생각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3. 전기차의 미래는 결국 배터리다?

TtW효율을 조사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현재의 전기차들도 이미 80%이상의 효율을내고 있어 배터리 성능의 향상없이 powertrain 만의 개선으로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길어질 여지가 적다는 점이었습니다. 차체의 경량화 기술이 발전하고 공기저항과 타이어의 구름 저항을 개선해서 전기차의 주행 거리를 늘릴 여지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충돌 안전성, 주행 안정성등의 확보를 고려한다면 큰 폭의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전기차의 주행거리 향상은 배터리 성능 향상에 의지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최근 기존 리튬이온 전지보다 3배정도 에너지 밀도가 높은 고체 전지를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이 발표됐다고도 하고(링크) 현대 자동차나 도요타, 그리고 삼성 SDI나 LG화확 등에서도 2020~25년 적용을 목표로 고체 전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니(링크)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겠습니다.

전기차의 배터리 용량과 주행거리 관계 (2017년 모델, EPA 기준)

글을 마무리하기 전에 현재 전기차의 상태를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2017년 4월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모델을 몇 개 골라 배터리 용량과 미국 EPA 인증 기준 주행거리의 관계를 그래프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에너지 효율면에서 특출난 제조사가 보이지 않고 배터리 용량과 거의 비례하는 주행거리를 가지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위 7개 모델들에 대해 100Km당 필요한 에너지의 평균값을 계산해 보면 19.0kWh 정도로 앞의 논문[2]보다 살짝 나은 값을 보입니다만 논문이 쓰인 시점에 비해 기술이 발전했다기 보다는 주행 조건 차이에 의한 결과라고 보시는게 타당할 것 같습니다.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이외의 분야에서 전기차의 주행거리 향상은 여기저기서 조금씩 쥐어짜듯이 개선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은 느낌이라 왠지 아쉽습니다.

References

[1] “Power from Within”, Nissan LEAF Special Edition of SAE Vehicle Electrification, p. 17, Feb. 23, 2011.

[2] “Electric vehicle and plug-in hybrid energy efficiency and life cycle emissions”, 18th International Symposium Transport and Air Pollution, pp.113-12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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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Response

  1. 송경 댓글: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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