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배력 장치의 이해
– 이 글은 2015년 8월 2일 이글루스 블로그에 올렸던 글인데 서비스 종료로 옮겨 온 글입니다
재미삼아 브레이크를 최대한 밟았을 때 중형 승용차에 작용하는 제동력이 얼마나 될지 한 번 계산을 해 봅시다. 기억나는 최근 자동차 리뷰 중에 오토뷰 사이트의 캠리, 어코드, 알티마 비교 리뷰가 있는데, 차종별로 100Km/h에서 완전히 정지할 때 까지의 제동거리가 정리되어 있으니 대략의 숫자를 한 번 가져와 보겠습니다. 리뷰에 정리된 차량 3대의 평균값을 대충 계산해 보면 요즘 많이 팔리는 중형차들의 경우 시속 100킬로로 달리고 있는 1500Kg 차량을 40m 내외의 거리에서 완전히 멈출 수 있는 정도의 제동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V(최종 속도) = 0m/s
- V0(처음 속도) = 100Km/h = 27.8m/s
- S(이동거리) = 40m
주의할 점은 이 힘은 타이어 4개와 지면 사이에 작용한 힘이고 브레이크 디스크와 패드사이에 작용한 힘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제가 찾아본 링크에 따르면 일반적인 자동차의 브레이크 패드와 디스크 사이의 마찰계수는 0.3~0.4 정도의 값을 가지고 있는데, 마찰계수와 타이어의 직경이 브레이크 디스크의 직경보다 크다는 점 두가지를 고려하면 4 바퀴의 브레이크 디스크와 패드 사이에 작용하는 힘의 합은 14,400N 보다 훨씬 커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대략 4~5배) 사람이 오른 발 하나로 힘껏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30Kg 정도를 들 수 있는 힘(약 300N)을 발생 시킬 수 있으니 브레이크 시스템에서 힘을 수십배 이상 증폭시킨 셈인데 이렇게 큰 비율로 힘을 증폭하기 위해서는 몇 단계에 걸친 힘의 증폭이 이루어 져야 합니다.
- 브레이크 페달에서 지렛대의 원리로 발의 힘을 (X1/X2)배로 증폭
- 1에서 증폭된 힘을 진공배력장치에서 다시 N 배로 증폭
- 진공배력장치의 출력을 마스터 실린더와 캘리퍼 피스톤의 단면적 비율(A2/A1)로 증폭 (파스칼의 원리)
Fpad = F x (X1/X2) x N x (A2/A1) x 4
이제 힘이 몇 배가 되는지 계산하는 방법을 알았으니 자료를 구하기 쉬운 국산차의 예를 들어 힘의 증폭률을 한 번 계산해 보겠습니다. LF 쏘나타의 정비 매뉴얼에 따르면 X1/X2 = 3, N = 9, A2/A1 = 2.35로 나와 있는데 위의 식에 따라 계산하면 LF 쏘나타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사람의 힘을 대략 253배 만큼 증폭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 타이어의 4개와 지면에 작용하는 제동력은 Fpad에 브레이크 디스크와 패드 사이의 마찰 계수 u와 디스크의 질량 중심 반경과 타이어의 질량 중심 반경 비율을 곱해주면 구할 수 있습니다.
제동력 = Fpad x u x (브레이크 디스크의 질량 중심 반경/타이어의 질량 중심 반경)
서론이 과도하게 길어진 느낌이 있습니다만, 이번 글에서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부분은 진공배력장치(Vacuum Booster) 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브레이크 시스템이 힘을 증폭하는 3단계 과정을 곰곰이 살펴보면 브레이크 페달의 이동거리를 늘리지 않으면서도 힘을 증폭할 수 있는 장치는 진공배력장치가 유일합니다. 즉 진공배력장치 덕분에 브레이크 페달을 깊게 밟지 않더라도 충분한 제동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편안한 자세로 운전을 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진공배력장치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감을 잡기 위해 간단한 산수를 해 보겠습니다. 이번에도 LF 쏘나타의 정비 매뉴얼에서 숫자를 가져와 보면 브레이크 페달이 움직일 수 있는 거리는 13.5cm이고 진공 배력장치의 배력비(N)는 9배 인데, 만약에 진공 배력장치가 없는데도 똑같은 제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브레이크 페달을 13.5 x 9 = 121.5cm 만큼 밟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브레이크 페달이 움직이는 거리가 1.2 미터가 되려면 운전석의 구조 부터 바뀌어야 하고 편안히 앉아서 운전을 한다는 건 불가능이라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진공배력장치는 브레이크 페달의 움직임을 입력으로 받기 때문에 엔진룸에서 운전석과 최대한 가깝께 위치하게 됩니다. 위의 왼쪽 사진은 알티마의 엔진룸에서 진공배력장치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노란색 화살표로 표시한 것이고 위의 오른쪽 사진은 진공배력장치로 부터 공기를 빼내어 진공을 만들기 위한 배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진에는 잘 나와 있진 않지만 진공 배력장치와 배관이 연결되는 부분에는 체크 밸브가 달려 있어 진공배력장치로 공기가 들어오는 것은 허용하지 않고 공기가 빠져 나가는 것만 허용 합니다. 운전을 해 보신 분들은 시동이 꺼지더라도 1~2번 정도는 브레이크 페달이 부드럽게 밟히는 것을 느껴 보셨을텐데, 체크 밸브덕에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도 진공배력장치 내부는 진공 상태로 남아있어 브레이크를 1~2번 밟을 정도는 배력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가솔린 차량의 경우 부품의 구성을 간단하게 하기 위해 진공 펌프를 따로 달지 않고 아래 그림과 같이 엔진의 흡기 행정시에 피스톤이 공기를 빨아들이는 힘을 이용해서 공기를 조금씩 빼내어 배력에 필요한 진공을 만들어 냅니다. 이 방법의 단점은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은 상태에서는 쓰로틀 밸브가 열리기 때문에 진공을 만들 수 없다는 점인데 일상의 운전이라면 브레이크와 엑셀레이터 페달을 동시에 밟을 일이 없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런식으로 진공을 만들어 내면 혹시나 급발진이 발생해서 쓰로틀 밸브가 엑셀레이터 페달과 상관없이 활짝 열리게 될 때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긴 합니다. 이런 이유로 차량 관련 글들을 읽다 보면 급발진 대처 요령으로 브레이크를 여러번 나눠 밟지 않고 한번만 꾹 밟아서 차를 세우라는 글들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체크 밸브덕에 1~2번 정도 브레이크가 작동할 진공은 항상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반면에 쓰로틀 밸브가 없는 디젤 엔진을 탑재한 차량이나 엔진이 멈춘 상태에서도 전기로 운행을 해야하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에는 엔진의 흡기 행정을 진공을 만드는데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따로 진공을 만들기 위한 전기펌프를 탑재하거나 진공배력장치가 아닌 유압배력장치를 탑재하는데, 이 덕분에 급발진시에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보입니다.
지금까지 진공배력장치가 어디에 위치해 있고 진공은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 알았으니 마지막으로 어떻게 진공을 이용해서 힘을 증폭할 수 있는지 알아 볼 차례입니다. 아래 그림은 HowStuffWorks라는 사이트에 진공배력장치의 원리가 아주 잘 설명되어 있길래 그림을 빌려 와서 이해가 쉽도록 첨삭을 덧붙인 것입니다. 진공배력장치 내부는 항상 진공이 유지되는 부분인 정압실과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여부에 따라 진공이 되기도 하고 대기압이 되기도 하는 변압실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을 때는 정압실과 변압실이 연결되어 압력이 같기 때문에 정압실과 변압실 사이의 판막 (Diaphragm)에 아무런 힘이 작용하지 않지만 브레이크를 밟게 되면 정압실과 변압실 사이를 연결하는 관은 막히고 변압실과 외부를 연결하는 밸브가 열려 변압실에 대기압이 유입됩니다. 정압실과 변압실에 압력 차이가 생기면 판막에 힘이 작용하고 이 힘은 그대로 마스터 실린더에 전달 됩니다. 혹시 진공배력장치의 동작이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으시면 위 링크의 HowStuffWorks 사이트를 방문하셔서 애니메이션을 동작시켜 보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진공배력장치가 제공할 수 있는 최대힘은 판막의 면적에 비례하고 몇 배로 힘을 증폭하는지는 브레이크를 페달을 밟는 힘에 비례하여 외부 대기와 변압실을 연결하는 밸브가 얼마만큼 열리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지렛대나 파스칼의 원리와는 다르게 진공배력장치는 받아들일 수 있는 힘에 제한이 있다는 점 입니다. 브레이크 페달로 부터 큰 힘이 입력되어 N배로 증폭했을 때 진공배력장치가 제공할 수 있는 최대힘에 도달하게 되면 더 이상의 힘은 N배로 증폭되지 않고 그냥 더해져서 전달되게 됩니다.
지금까지 나름대로 브레이크 시스템을 간단하게 설명해 봤습니다만, 요즘의 자동차들은 브레이크 시스템에 ABS나 자세제어 장치, 자율 주행장치등이 추가되어 실제의 시스템은 훨씬 복잡합니다. 나중에 공부를 좀 더 해서 보다 깊은 내용을 다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긴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