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듀얼부스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이해
16세대 토요타 크라운의 국내 출시와 함께 2.4리터 터보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 듀얼부스트(Dual Boost)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소개됐습니다. 기존의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비교해 듀얼부스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는 PSD(Power Split Device)가 6단 변속기와 클러치의 조합으로 대체되고, 전륜 모터의 개수가 2개에서 1개로 줄어들었는데 시스템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시스템 구성
토요타 크라운의 듀얼부스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구성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268마력(197kW)의 2.4리터 4기통 터보 엔진
- 6단 자동 변속기
- 83마력(61kW)의 전륜 모터
- 80마력(59kW)의 후륜 모터
- 1.15KWh의 니켈수소(NiMH) 배터리
스펙상의 수치는 [1]의 논문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토요타 코리아 홈페이지에 공개된 스펙과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동작원리를 설명하는데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어 이 글에서 사용한 수치들은 보다 자세한 스펙이 공개된 논문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참고로 마력은 미터법 마력(PS)을 기준으로 합니다
듀얼부스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전륜 모터는 엔진과 6단 변속기 사이에 위치하는데 한쪽에는 엔진 크랭크축과의 체결을 담당하는 K0 클러치가 있고 (위의 그림에서 노란색), 반대쪽에는 변속기와의 체결을 제어하는 WSC (Wet Start Clutch)가 있습니다 (위의 그림에서 빨간색). WSC는 토크컨버터를 대체하는데 토크증폭 기능은 없지만 모터와 엔진이 6단 변속기를 구동할 때 동력손실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엔진으로만 변속기를 구동하는 순수내연기관차의 경우 엔진 회전수가 낮을 때의 부족한 토크를 토크컨버터로 증폭할 필요가 있지만 듀얼부스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엔진의 토크가 부족할 때 모터가 토크를 보조할 수 있어서 토크컨버터 대신 WSC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정지 상태에서 엔진과 모터를 사용하여 출발할 때 (K0 클러치 체결) 변속기는 정지 상태지만 WSC의 입력 클러치는 회전하고 있으므로 변속기의 회전수가 엔진과 모터에 맞춰질 때 까지 잠깐 동안은 WSC의 미끄러짐이 발생합니다. 일단 차가 출발하여 주행하는 상태가 되면 K0 클러치는 체결과 분리를 반복하지만 WSC는 항상 체결되어 있게 됩니다.
후륜에는 전륜 모터와 비슷한 출력의 모터가 탑재되어 있는데 후륜의 모터는 엔진이나 변속기 축과는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구동됩니다.
시스템의 동작
듀얼부스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전륜 모터가 1개 뿐이고,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를 제외하면 엔진의 시동 상태에 따라 전륜 모터가 모터로 동작할지 발전기로 동작할지가 정해지기 때문에 PSD를 탑재한 기존의 하이브리드 시스템보다 동작을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EV 주행모드
배터리의 충전 상태가 충분하고 큰 출력을 낼 필요가 없을 때 모터의 힘으로만 주행하는 모드가 EV 주행모드입니다. EV 주행모드에서 K0 클러치는 분리되어 엔진은 꺼지고,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을 사용하여 전륜과 후륜 모터를 구동하며 주행하게 됩니다. EV 모드는 4륜 구동 전기차와 동일하게 볼 수 있으며 전륜과 후륜 모터의 구동력 배분은 주행상황에 맞게 전자적으로 자유롭게 제어됩니다.
가속 주행모드
추월이나 고속도로 합류 등을 위해서 빠른 가속이 필요하면 엔진 시동이 걸리고 K0 클러치가 체결됩니다. EV 주행모드에서 모터로 동작하던 전륜 모터는 엔진이 동작할 때는 발전기로 동작하고 전륜 모터에서 생성한 전력과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이 더해져 후륜 모터를 구동하게 됩니다. 순수 내연기관차의 4륜 구동 시스템에서 변속기의 트랜스퍼 케이스와 프로펠러 샤프트가 엔진 출력을 기계적으로 전/후륜 사이에 분배하는 역할을 했다면 듀얼부스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는 발전기로 동작하는 전륜 모터와 바퀴를 구동하는 후륜 모터가 그 역할을 대신합니다. 아래의 그림은 엔진에 의해 구동되는 전륜과 모터로 구동되는 후륜을 서로 다른색으로 표시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토요타 홈페이지에 공개된 스펙에 따르면 전륜과 후륜 사이의 구동력 배분은 7:3 ~ 2:8 사이의 범위에서 조절되기 때문에 엔진 출력의 일부는 항상 후륜 모터를 구동하는데 사용되어 엔진의 토크는 일부만 전륜에 전달되게 됩니다. [1]의 논문에 따르면 변속기에 전달되는 엔진토크를 발전기의 부하를 통해 감소시키면 엔진 마운트에서 버텨야하는 반작용 토크가 줄어들기 때문에 엔진 마운트에 부드러운 재질을 적용할 수 있고 그 덕에 소음과 진동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순수 내연기관차라면 엔진 마운트로만 버텨야 하는 구동토크의 반작용력을 듀얼부스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는 엔진마운트와 후륜 모터가 장착된 eAxle로 분산시킬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회생 제동 모드
회생 제동 모드에서는 엔진은 꺼지고 K0 클러치는 분리, WSC는 체결 상태가 됩니다. WSC가 체결되어 있기 때문에 바퀴는 변속기를 통해 모터를 회전시키고 모터는 발전기로 작동하여 배터리를 충전하게 됩니다. 후륜의 모터도 변속기가 없다는 차이점이 있지만 전륜과 동일하게 발전기로 작동하면서 배터리를 충전합니다.
연비의 향상
하이브리드 차의 연비가 좋은 이유는 정차시나 서행시 배터리에 저장된 에너지로 모터를 구동하면서 엔진을 끌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로 배터리와 모터가 엔진의 효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엔진의 효율은 항상 일정한 것이 아니라 회전수와 부하에 따라 변하는데 회전수가 너무 낮거나 높을 경우, 그리고 회전수와 관계없이 부하가 낮을 경우에는 엔진의 효율이 떨어지게 됩니다. (링크의 BSFC차트 설명 참조) 이 말을 다시 해석하면 같은 양의 연료를 쓰더라도 더 많은 운동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엔진의 회전수와 부하의 범위가 있다는 뜻이고,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모터의 도움으로 엔진을 최대한 효율이 높은 조건에서 구동시킬 수 있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1]의 논문에서 가져왔는데, 상단의 그래프는 듀얼부스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 주행에 필요한 토크(가로축)에 따라 엔진이 발생시키는 토크(세로축)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파란색으로 표시된 선은 순수 내연기관차의 그래프로 이 경우 엔진은 주행에 필요한 토크를 그대로 발생시켜야 합니다. 빨간색으로 표시된 선은 듀얼부스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 엔진이 발생시키는 토크인데, 주행에 필요한 토크가 낮을때는 필요한 것보다 높은 토크를 발생시켜 배터리를 충전시키고 주행에 필요한 토크가 높을 때에는 배터리에 충전시켰던 에너지의 도움을 받아 필요한 토크보다 낮은 토크를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세로축에서 두 그래프가 움직이는 범위를 비교하면 빨간색 그래프가 파란색보다 좁은 범위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이는 엔진이 발생시켜야 할 토크의 변동폭이 적다는 뜻이고 엔진을 효율적인 회전수와 부하에 머무르도록 하는데 유리한 조건이 됩니다.
하단의 그래프는 필요한 토크에 따른 엔진의 효율성을 비교하고 있는데, 듀얼부스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필요한 토크가 낮을 때에도 엔진의 효율이 낮은 저부하 구간의 사용을 배터리 충전을 통해 피함으로써 엔진의 효율성을 향상 시켰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무리
토요타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토요타 크라운은 348마력의 시스템 총 출력을 내면서 11.0Km/L의 복합 연비를 달성했습니다. PSD를 채용한 기존 하이브리드 시스템 차량의 연비는 17.0Km/L 정도이기 때문에 연비가 좋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300 마력대 4륜구동 순수내연기관차들의 제원을 살펴보면 보통 9Km/L대의 연비를 달성하고 있으므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체면은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크라운과 비슷한 359마력의 시스템 출력을 내는 렉서스 LS500h의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연비도 복합연비 기준으로 9.6Km/L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듀얼부스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기존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출력은 유지하면서 연비는 10% 이상 향상시킨 시스템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Reference
[1] Sasaki, Koichi, et al. Development of e-AWD Hybrid System with Turbo Engine for SUVs. No. 2023-01-0470. SAE Technical Paper, 2023.
예전 직병렬글부터 정말 잘보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여전히 글이 재밌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