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차의 배터리가 전기차 배터리보다 안전한 이유

작년 2024년 8월 인천 청라동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전기차로 인해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서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에 적용되는 배터리의 안정성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저는 전기차를 아무때나 충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하이브리드 차의 안전성에 좀 더 관심이 가는 편인데, 링크의 기사에 의하면 국내 누적 등록대수 대비 화재 발생률은 전기차의 경우 0.013%, 하이브리드 차는 0.002%로 하이브리드 차가 상대적으로 화재에서 자유로운 편입니다. 배터리를 사용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하이브리드 차의 화재 발생률이 낮은 이유가 배터리의 특성 차이라는 점을 알게 되어 이번 포스팅에 간단히 정리해 봅니다. 이 글에서 언급하는 하이브리드 차량은 엔진으로만 배터리를 충전하는 차량을 가리키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제외합니다.

 

High Power 배터리와 High Energy 배터리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배터리는 설계시 지향점에 차이가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차의 배터리는 엔진의 출력을 순간적으로 보조하거나 제동시의 에너지 회수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빠른 충방전 성능이 중요한 반면(High Power) 충전 용량이 크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반면 전기차의 경우 출력도 중요하지만 긴 주행거리도 중요하기 때문에 배터리 셀 하나하나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High Energy) 충방전 성능은 여러개의 셀을 병렬로 연결하여 달성하게 됩니다. [1]의 논문은 충전 용량과 최대 전류량이 다른 여러개의 18650 규격의 배터리들을 분해하고 분석하여 특성을 정리했는데, High Power 배터리의 경우, High Energy 배터리와 비교하여 전극 활성물질의 코팅이 얇고, 집전체는 두껍고, 양극과 음극을 배터리 외부와 연결하는 탭은 두껍고 넓은 면적으로 제작되어 있습니다. (아래 표 참조) 이러한 High Power 배터리의 특성들은 많은 전류가 흐를 때 배터리 내부저항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지만 반대 급부로 충전용량을 늘리는 것은 어렵게 만듭니다.

 

High Power 배터리 High Energy 배터리
전극의 활성물질 활성 물질의 코팅이 얇고 투과성(porosity)이 높음 활성 물질의 코팅이 두껍고 투과성(porosity)이 낮음
집전체 (Current Collector) 저항을 줄이기 위해 두꺼움 전극과 활성물질의 접착력을 높이기 위해 얇음
양극과 음극의 탭 두껍고 넓음 얇고 좁음

 

[2]의 논문에서는 High Power cell과 High Energy cell의 구조를 비교하여 보여주고 있는데, High Power cell은 (아래 그림의 윗부분) 집전체(Current Collector)에 코팅된 활성물질이 얇기 때문에 전체 부피 대비 집전체가 차지하는 부피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구리와 알루미늄으로 된 집전체는 열 전도체 역할도 하기 때문에 High Power cell은 배터리 내부의 온도를 균일하게 유지하고 발생하는 열을 외부로 방출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High power cell과 High energy cell의 구조 비교 – 원본 출처 ref. [2]

 

배터리 열폭주 및 열확산 실험

UN은 세계 각국에서 공통적으로 적용할 차량 규제를 논의하기 위해 Vehicle Regulations Forum을 운영하고 있는데 GlobalAutoRegs 사이트는 관련 미팅에서 논의 되었던 자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주목한 자료는 2024년 1월에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에 사용되는 배터리 열확산(Thermal Propagation, 이하 TP) 테스트와 관련된 미팅에서 사용된 자료를 모아 놓은 사이트인데(링크) 그 중 [3]의 자료를 관심있게 보게 되었습니다. 요지는 하이브리드 차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기 때문에 열폭주(Thermal Runaway, 이하 TR)가 일어나더라도 배터리의 최대 온도가 전기차 배터리 대비 훨씬 낮으며, 외부에서 열을 가해 열확산을 일으키려면 배터리 셀에 저장된 에너지 대비 훨씬 높은 비율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3]의 자료 중 그래프 몇 개를 가져와서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배터리 열폭주시 최대 온도 비교

우선 아래 그래프는 전기차(B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하이브리드(HEV)차량의 배터리를 못으로 찔러서 열폭주(TR)을 일으켰을 때 온도 분포의 차이를 비교한 자료 입니다. 가로축은 배터리 셀의 용량, 세로축은 열폭주시 도달하는 최대 온도인데, 하이브리드 배터리의 경우 최대 온도가 150~300도 정도의 범위에 머무는 반면, 전기차 배터리의 최대 온도는 훨씬 높은 500~850도 정도의 범위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3]의 자료에 따르면 단위 무게당 배터리 용량에 해당하는 Cell Specific Energy (Wh/Kg) 값이 하이브리드 차의 경우 100Wh/Kg 이하, 전기차의 경우 200Wh/Kg이상으로 조사되어 있는데 결국은 에너지 밀도가 열폭주 발생시 도달하는 최대 온도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열폭주 발생시 열확산 확률 비교

앞 단락에서는 하이브리드차의 배터리에서 열폭주(TR)가 발생하더라도 전기차 배터리 대비 최대 도달 온도가 낮음을 설명했는데, 이번엔 하나의 배터리 셀에서 발생한 열폭주가 주변의 셀로 번져나가는 열확산(TP) 확률 또한 하이브리드 차의 배터리 쪽이 낮음을 설명하겠습니다.

설명하는 실험은 하나의 배터리 셀에서 발생한 열폭주가 주변 셀에도 연쇄적으로 열폭주를 일으킬 확률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배터리 셀에 히터로 열을 가해서 열폭주를 발생시킬 때 까지 필요한 에너지를 비교하는 것 입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세로축은 히터를 통해 가해진 열에너지를 셀 하나의 에너지 대비 백분율로 나타내어 100%가 최대치가 되는데, 세로축을 이렇게 정한 이유는 배터리를 가열시키는 에너지원은 주변의 셀이라는 가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프의 가로축은 셀의 용량입니다.

우선 충전상태(SOC)가 100%인 경우(파란색 점), 전기차(BEV/PHEV)의 배터리 셀은 셀에 저장된 에너지의 3~4%정도의 열에너지만 가해져도 열폭주가 일어나는 반면 하이브리드차(HEV)의 배터리 셀은 셀에 저장된 에너지 대비 25% 가량의 열에너지가 가해져야 열폭주가 일어납니다. 이때 충전 상태를 80%까지 줄이면(초록색 점) 열폭주를 일으키기 위해 필요한 열 에너지는 셀 에너지 대비 60~70% 수준까지 올라가고, 그래프에는 없지만 [3]의 자료에 따르면 충전 상태가 60% 정도일 때는 셀 에너지의 100%를 열에너지로 가하더라도 열폭주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이브리드 차는 보통 20~80% 충전량 사이에서 배터리가 운용되고 [3]의 자료에 따르면 30~40% 정도의 충전상태가 가장 빈번하게 쓰이는 구간이기 때문에 하나의 배터리 셀에서 열폭주가 발생하더라도 그 열로 인한 열확산이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3]의 자료에서는 하이브리드차의 배터리에서 열폭주가 발생할 확률이 낮은 이유를 셀 구조의 차이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하이브리드차에 사용되는 High Power cell은 활성 물질의 코팅이 얇고 집전체가 두껍다고 했는데, 이러한 이유로 열(아래 그림의 빨간 화살표)이 주변으로 잘 빠져나가기 때문에 열폭주가 발생할 만큼 셀 내부의 온도가 상승할 확률이 낮아진다고 합니다. (아래 그림의 왼쪽)

 

마무리

글의 마무리로 하이브리드차의 배터리가 전기차의 배터리 대비 화재가 나기 힘든 이유를 다시 한 번 간단히 정리합니다.

  1. 하이브리드차는 에너지 밀도가 낮고 집전체와 배터리 탭이 두꺼운 High Power 타입의 배터리를 사용함
  2. High Power 타입의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열폭주가 발생하더라도 최대 온도가 낮음
  3. High Power 타입의 배터리는 얇은 활성물질 코팅과 두꺼운 집전체로 인해 주변으로 열을 잘 분산시켜 열을 가하더라도 열폭주가 일어날 가능성이 낮음. 이는 하나의 셀에서 열폭주가 일어나더라도 이웃 셀까지 연쇄적으로 열폭주를 발생시킬 가능성을 낮춤
  4. 하이브리드차는 전기차대비 충전량(SOC)을 30~40% 정도로 낮게 유지하는데, 이는 화재 발생 확률을 더욱 낮춤

 

References

[1] Lain, Michael J., James Brandon, and Emma Kendrick. “Design strategies for high power vs. high energy lithium ion cells.” Batteries 5.4 (2019): 64.

[2] Murashko, Kirill. “Thermal modelling of commercial lithium-ion batteries.” (2016).

[3] Supplemental Information on HEV Batteries – .pdf form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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