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T의 이해 – 구조와 변속 원리

– 2015년 10월 23일 이글루스 블로그에 썼던 글인데 서비스 종료로 옮겨 온 글입니다. 오래된 글을 그대로 가져오다 보니 본문의 링크중에 원본 페이지가 없어진 링크가 있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뜬금없이 CVT(Continuously Variable Transmission)에 관한 글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제가 CVT의 열렬한 팬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알티마를 작년 10월 부터 대략 1년 정도 몰면서 CVT를 경험해보니 호불호가 갈릴만한 특징이 있긴 하지만 저의 운전 습관과는 아주 잘 맞는 변속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기어 단수가 고정된 일반 자동 변속기와 (앞으로는 Step AT 라고 부르겠습니다) 비교하면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몸이 쏠리는 느낌없이 보다 부드럽게 가속할 수 있고, 작정하고 가속 할 때는 엔진의 힘을 좀 더 적극적으로 끌어낼 수 있으며, 크루즈 컨트롤을 켜고 일정한 속도로 달릴 때는 힘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CVT의 장점 이라고 생각합니다.

CVT라고 하면 아직도 출력이 약한 소형차에만 사용되고 고장이 잘 난다는 인식이 남아있긴 합니다만, 요즘의 CVT는 꽤나 발전해서 고성능 자동차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CVT를 가장 널리 사용하고 있는 닛산의 경우에는 260마력 가량의 3.5리터 엔진을 탑재하고 공차중량이 2톤이 넘는대형 SUV인 패스파인더와 인피니티 QX60에도 CVT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LeftLaneNews 사이트에 따르면 미국에서 2012년 8월 까지 팔린 전체 차량의 7%정도가 CVT를 탑재 했으며 2015년에는 이 비율이 16%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합니다. 2014년 CVT 점유율 자료가 웹에서 검색이 되긴 하는데 꽤나 비싼 돈을주고 봐야하는 유료 리포트라 정말 그정도까지 CVT의 점유율이 증가했는지는 저로서는 확인하기가 힘드네요. ㅜ.ㅠ

CVT의 이해를 위해서는 먼저 구조와 동작 원리를 살펴 보는게 순서일테니 구조부터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아래 그림의 왼쪽은 닛산 XTRONIC CVT의 절개 사진인데 엔진의 동력을 토크컨버터를 이용해서 받아들이는 점은 Step AT와 유사합니다. 토크컨버터 다음에는 전진과 후진을 변환하기 위한 유성기어 세트가 있고 그 뒤로 비스듬한 마찰면 두개가 마주보고 있는 구동 풀리(Pulley)가 연결 됩니다. 마찬가지의 구조를 가지는 피동 풀리는 최종적으로 바퀴와 연결되는데 구동풀리의 동력은 금속벨트를 통해서 피동풀리에 전달되게 됩니다.

CVT의 변속 원리는 유성기어를 사용하는 Step AT에 비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편인데 아래 그림의 오른쪽과 같이 구동 풀리와 피동 풀리의 벌어짐이 좁아지거나 넓어짐에 따라 풀리와 금속벨트의 접촉면이 풀리의 회전축으로 부터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는 특성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구동 풀리의 중심으로 부터 벨트 접촉면 까지의 거리를 R1이라하고 피동 풀리의 중심으로 부터 벨트 접촉면 까지의 거리를 R2라고 하면 피동 풀리의 회전속도는 구동 풀리의 (R1/R2) 배가 됩니다. 구동 풀리와 피동 풀리의 벌어짐을 미세하게 조절하면 아주 많은 변속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연속 가변 변속기(또는 무단 변속기)라는 이름을 얻은 것이지요. 초기의 CVT는 (R1/R2)의 최대/최소값 비율이 5정도에 그쳤지만 현재의 최신 CVT 중의 하나인 Jatco CVT8 모델의 경우 이 비율이 7정도에 달하며, 대략 8단 자동변속기(Step AP)와 비슷한 기어비 범위를 제공하는 수준입니다. (관련 링크)

 

CVT의 구조와 변속 원리 (사진출처 : 좌 – XTRONIC Technology Overview 표지사진, 우 – Reference [1]의 Figure 1)

아래 그림은 CVT의 변속 동작을 설명하기 위한 그림인데, 변속 동작의 핵심요소인 풀리는 회전축 상에서 이동하지 않는 고정측(빨간색)과 유압에 의해 고정측 풀리와 가까워 지거나 멀어지는 이동측(주황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구동 풀리와 피동 풀리의 벌어짐 상태에 관계 없이 금속벨트와 풀리의 회전축이 항상 직교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구동 풀리와 피동 풀리의 고정측은 아래 그림의 왼쪽과 같이 서로 엇갈려 있습니다. 이 경우 변속시 구동 풀리와 피동 풀리의 이동측 풀리는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게 되고 금속벨트는 풀리의 회전축과 직교 상태를 이루면서 평행 이동을 하게 됩니다. 만약에 구동풀리와 피동풀리의 고정측이 같은쪽에 위치한다면 오른쪽 아래 그림과 같이 변속 상태에 따라 풀리의 회전축과 금속벨트의 각도가 바뀌기 때문에 풀리와 금속벨트의 마찰력이 줄어 동력 손실이 커지게 됩니다.

 

CVT 풀리의 고정측과 이동측 위치관계

 

CVT의 변속 동작은 유압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제어의 기본 원리는 구동 풀리쪽에서는 풀리의 벌어짐을 결정하고 피동 풀리쪽에서는 구동 풀리의 벌어짐에 따라 금속벨트의 접촉면이 변하는데 필요한 저항력을 제어하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변속시에 구동 풀리 쪽에서는 이동측 풀리 내부에 채워지는 오일의 부피를 제어하고 피동 풀리 쪽에서는 이동측 풀리 내부의 오일 압력을 제어하는 것이지요.

아래 그림은 CVT 변속시의 유압이 어떻게 제어되는지를 설명한 그림인데 먼저 왼쪽과 같이 기어비가 유지되는 상태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구동풀리의 벌어짐은 좌우로 서보링키지를 움직이는 스텝모터(그림의 1번)와 Ratio Control Valve(RCV, 그림의 2번)에 의해 정해지는데, 스텝모터의 위치와 구동풀리 내부의 오일 양에 따라 RCV는 구동풀리의 이동측에 오일을 공급하거나 오일의 출입을 막거나 이동측으로부터 오일을 빼내는 역할을 합니다. 기어비가 유지될 때에는 RCV가 오일의 드나듦을 차단하여 구동 풀리는 벌어짐 양이 고정됩니다. 피동 풀리의 경우 오일의 드나듦이 가능한 상태이지만 압력 제어 밸브(그림의 3번)를 통해 일정한 압력이 전달되어 풀리가 금속벨트를 누르는 힘과 벨트의 장력을 만들어 냅니다.

아래 오른쪽 그림은 구동 풀리의 벌어짐이 좁아 지면서 고속으로 변속하는 경우를 보여주고 있는데, 변속을 위해 스텝모터가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서보링키지에 의해 RCV가 열리게 되고 구동 풀리 내부로 오일이 채워지면서 구동풀리의 이동측이 고정측 쪽으로 당겨져 오게 됩니다. RCV 밸브를 통해 공급되는 유압에 의해 이동측 풀리의 이동이 완료되면 RCV는 오일 출입을 차단하여 구동측 풀리의 벌어짐을 새로운 위치에서 고정 시킵니다. 피동 풀리의 경우 변속시에는 유압이 공급되지 않고 구동측 풀리에 의해 벨트가 당겨지는 힘에 의해 오일이 밀려 나가면서 이동측 풀리가 고정측으로 부터 멀어지게 되는데, 압력 제어 밸브는 오일이 피동 풀리로 부터 빠져나가는 속도를 제어하여 변속시에도 풀리와 금속벨트 사이에 일정한 마찰력이 유지되도록 합니다. 반대 방향의 변속은 아랫 그림에서는 설명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만, 구동 풀리쪽에서 오일이 빠져나가고 피동 풀리쪽에서는 일정한 압력을 유지하면서 오일이 공급된다는 점이 차이점 입니다.

 

CVT 변속시 유압 제어 원본그림 출처 – JATCO CVT and DaimlerChrysler, Part 2. by Sean Boyle (첨삭추가)

 

지금까지는 CVT에 대해 설명하면서 금속벨트 만을 언급 했지만, CVT의 동력 전달 매체로 금속 체인 또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금속벨트의 경우에는 아래 왼쪽 그림과 같이 2mm 정도 두께의 마레이징강(Maraging Steel)을 6~12겹으로 겹친 벨트에 엘리먼트라고 불리는 얇은 금속판이 400개 정도 결합되어 있는 반면 체인은 아래 오른쪽 그림과 같이 관절을 이루는 로커핀을 중심으로 여러겹의 금속판이 결합되어 있습니다. 금속벨트는 엘리먼트가 압축되어 미는 힘으로 토크를 전달하는 반면 체인은 끌어당기는 힘으로 토크를 전달한다는 차이점이 있는데 이 때문에 두 CVT는 동역학적 해석 방법이 달라집니다. 금속벨트의 경우 두 풀리사이를 회전하면서 미는쪽에서 엘리먼트 사이가 압축되었다가 끌려오는 쪽으로 엘리먼트가 이동하는 순간 엘리먼트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발생하는 미세한 미끄러짐에 의해 약간의 동력 손실이 발생하지만, 체인의 경우 로커핀 사이가 고정되어 있으므로 미끄러짐이 없어 동력 전달 효율이 높습니다. 또한 체인은 구부러질 때 금속벨트와 달리 재료의 변형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풀리와의 접촉반경을 벨트식에 비해 작게 가져갈 수 있고 이는 풀리의 크기를 늘리지 않으면서 변속비를 늘리는데 유리합니다. 체인식 CVT의 단점은 벨트식에 비해 소음이 크다는 것인데, 아우디의 멀티 트로닉이나 스바루의 리니어 트로닉이 체인을 채택한 CVT의 대표적인 모델들 입니다.

 

금속벨트 방식과 체인 방식의 CVT 그림 출처 – 금속벨트 CVT (http://www.crzforum.com/forum/general-discussion/57946-possible-replace-cvt-belt.html) 체인 CVT (http://www.autoreview.ru/archive/2009/17/subaru, Reference [2]의 그림 14)

글을 쓰다보니 생각보다 길어져서 Step AT와 비교한 CVT의 장점은 다음 글로 넘겨야 할 것 같아 이번 글은 CVT에 쓰이는 변속기 오일(CVT Fluid – CVTF)에 대한 특성을 간단히 언급하는 걸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아래 그림은 체인식 CVT와 풀리의 접촉면을 나타낸 그림인데(녹색) CVT의 경우 보이는 바와 같이 Step AT의 다판클러치에 비해 풀리와 금속벨트(또는 체인)의 접촉면의 넓이가 매우 작기 때문에 풀리와의 높은 마찰력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 적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CVT용 변속기 오일에는 마찰계수를 높이기 위한 마찰조정제가 추가된다고 하며 혹시나 일반 Step AT용 변속기 오일을 넣을 경우 금속 벨트(또는 체인)와 풀리가 미끄러져서 바로 CVT가 손상되기 때문에 실수 방지용으로 녹색 계열의 색소도 첨가 한다고 합니다. 이상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CVT 풀리와 금속벨터 로커핀의 접촉면 그림출처 – Reference [3]의 그림 11

 

References
[1] “Van Doorne CVT Fluid Test: A Test Method on Belt-Pulley Level to Select Fluids for Push Belt CVT Applications”, Bert Pennings, Mark van Drogen, Arjen Brandsma, Erik van Ginkel and Marlène Lemons, SAE International, 2003
[2] “LuK CVT Technologie”, Teubert, A.; Englisch, A.; Götz, A.; Linnen- brügger, A.; Endler, T. – Effizienz, Komfort, Dynamik, Getriebe in Fahrzeugen, Friedrichshafen 2009
[3] “Cvt components for powersplit commercial vehicle transmissions,” Lauinger, C., et al., Proceedings of the 6th International CTI Symposium. CTI.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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