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T의 이해 – 장점과 단점

– 2015년 11월 30일 이글루스 블로그에 썼던 글인데 서비스 종료로 옮겨 온 글입니다. 오래된 글을 그대로 가져오다 보니 본문의 링크중에 원본 페이지가 없어진 링크가 있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지난 글에서 CVT의 구조와 변속 원리에 대해서 다루었으니 이번 글에서는 Step AT와 비교하여 CVT의 장단점을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 했듯이 CVT에 대한 호감에서 시작한 글이기 때문에 장점에 대한 부분을 보다 많이 이야기할 예정이라 먼저 단점을 간단히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CVT 관련 용어나 약어들이 설명없이 쓰일 예정이기 때문에 이전 글을 읽지 않으셨다면 먼저 읽고 넘어가시기를 권합니다.)

먼저 CVT의 가장 큰 단점은 Step AT에 비해 동력 손실이 크다는 점 입니다. 동력 손실이 큰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Step AT에 비해 2~3배 가량 높은 유압을 필요로 해서 펌프 구동에 보다 많은 에너지가 드는 것이 첫번째 이유이고 토크를 전달 할 때 풀리와 금속벨트 사이에 미세한 미끄러짐이 발생하면서 효율이 떨어지는 것이 두번째 입니다.

CVT가 Step AT에 비해 보다 높은 유압을 필요하는 이유는 풀리와 금속벨트의 접촉 면적이 Step AT의 다판 클러치에 비해 훨씬 작은데다 다판 클러치처럼 여러장의 클러치를 사용해 접촉면의 수를 늘리기가 힘든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벨트와 풀리 사이의 압력이 엔진의 출력 변화에 따라 딱 필요한 만큼만 작용하여 유압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CVT의 중요한 제어 항목 중의 하나입니다. 풀리와 금속벨트의 미끄러짐은 아래 그림을 보시면 이해하실 수 있는데, 그림은 CVT의 금속벨트 엘리먼트들이 각 구간별로 다른 속도로 운동하면서 운동에너지의 변화를 겪는 상황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엘리먼트들의 이동속도가 바뀌는 시점에서 엘리먼트 사이의 압력이 변하고 이에 따라 엘리먼트 사이의 간격도 살짝 변하면서 풀리 접촉면과의 미세한 미끄러짐에 의해 동력 손실이 발생하게 됩니다. 체인식 CVT의 경우에는 벨트식에 비해 제조 비용이 상승하고 소음이 증가하는 단점이 있지만 체인과 풀리사이의 미끄러짐은 발생하지 않아 동력 전달 효율이 조금 더 높습니다.

 

CVT 금속벨트 엘리먼트의 압축과 미끄러짐 그림출처 – Reference [1]의 그림 18

CVT의 특징이자 단점일 수도 있는 특성은 엔진 회전수와 자동차의 속력이 비례 관계가 아니라는 점 입니다. Step AT를 탑재한 차량은 변속 시점을 제외하고는 엔진회전수가 상승할 때 속력이 선형비례 관계로 증가하는 반면 CVT의 경우 엔진회전수가 유지되거나 내려가면서도 차량의 속력이 증가할 수 있고 급 가속을 할 때는 일단 엔진의 회전수가 먼저 증가하여 유지되는 상태에서 속력은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따라 증가할 수도 있습니다. 아래의 동영상은 CVT를 채용한 혼다 어코드 2.5 모델의 가속 영상인데, 가속을 시도하면 엔진회전수가 오르내림 없이 한계 회전수까지 쭈욱 상승한 상태로 일정하게 유지되면서 속력이 증가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1번째, 3번째 시도). 요즘 개발되는 CVT의 경우에는 약간의 효율성 저하는 감수하더라도 Step AT와의 이질감을 줄이는 부분도 중요하게 생각해서 CVT이지만 임의로 몇 가지 변속비만 사용하여 가속시에 엔진 회전수가 오르내리는 느낌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아래 동영상의 2번째 시도) Step AT와의 이질감을 줄이려는 노력은 단지 운전자가 수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기어비를 제공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자동 모드에서의 변속 알고리즘에 대한 부분도 포함하는데, 예를들어 기존의 제어방식에서는 가속시에 일단 엔진회전수가 증가한 다음 속력이 증가하기 시작했다면 개선된 제어에서는 엔진회전수가 증가하는 중에도 어느정도의 속력이 증가되도록 하는 식입니다. 물론 실제의 알고리즘은 훨씬 복잡하지요.

 

CVT를 채용한 2013년형 혼다 어코드 가속 영상

 

CVT의 마지막 단점(?)으로는 내구성에 대한 의심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마티즈에 엔진의 용량과 맞지않는 CVT가 적용되어 CVT는 내구성이 좋지 않다는 이미지가 남아 있습니다만 CVT가 본격적으로 채용되기 시작한지 10년이 넘은 지금에도 해외에서는 CVT의 내구성이 문제 되었다는 글은 달리 검색되는게 없습니다. 이론적으로 생각하면 Step AT에 비해 부품수도 적고 구조가 간단하기 때문에 제대로 정비만 해주면 고장날 가능성은 더 적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CVT의 가장 큰 장점은 운전이 부드럽다는 점과 연비가 좋다는 점이 있습니다. Step AT의 경우 가속페달을 꾹 밟아서 고단기어에서 저단 기어로 바뀌는 순간(킥다운) 급하게 페달에서 발을 떼면 저단 기어가 들어간 상태에서 엔진회전수가 갑자기 떨어져 차가 울컥거릴 수가 있는데 CVT의 경우 가속페달을 꾹 밟더라도 기어비의 변화가 Step AT와 같이 계단식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어비와 엔진회전수가 맞지 않는 순간이 발생하여 변속충격을 겪을 확률이 훨씬 적습니다. 알티마를 1년 가량 몰았던 경험으로는 적어도 D모드에서는 급가속을 하다 갑자기 가속페달을 떼더라도 항상 부드럽게 엔진회전수가 떨어지면서 차가 울컥거리는 일은 겪지 않았습니다. 가속을 하기전에 엔진회전수가 먼저 증가하는 특징도 부드러운 운전을 위해서는 유리한 점인데, 실수로 필요이상으로 가속페달을 밟더라도 차가 푹 튀어나가는 일 없이 엔진회전수가 증가하는 사이에 가속페달을 밟는 양을 살짝 조절하면 부드럽게 가속이나 출발을 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CVT의 단점으로 Step AT에 비해 손실이 크다는 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CVT가 Step AT에 비해 좋은 연비를 달성할 수 있는 이유는 엔진과 CVT의 협조 제어를 통해 엔진의 효율이 가장 좋은 부하와 회전수 구간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엔진-CVT의 협조 제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BSFC(Brake Specific Fuel Consumption) 차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 GM 브랜드 중 하나였던 Saturn의 1.9L 엔진의 예를 가지고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래 그림). BSFC 차트는 엔진 회전수와 부하에 따라 연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를 표시한 그래프인데, 세로축은 토크(부하), 가로축은 엔진 회전수를 나타내며 빨간색부터 짙은 남색까지 칠해진 영역은 영역별로 일정량의 출력을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만큼의 연료를 소비하는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빨간색 영역의 연료 소비가 제일 적고 짙은 남색쪽으로 이동 할수록 연료 소비가 많아집니다. BSFC 차트를 보실 때 주의 하실 점은 같은 색으로 칠해진 영역은 단위 출력당 연료소비가 같은 영역이기 때문에 같은 영역 안이라도 출력을 적게 발생시키는 지점이 연료 소비가 적다는 점 입니다. 아래 그림에서 빨간색 영역안에 파란색으로 표시된 등출력 곡선이 4개가 지나가는데 연료 소비량은 젤 왼쪽 아래 부분을 지나는 출력 곡선 상에서 제일 적습니다. 낮은 부하 보다 높은 부하에서 엔진의 효율이 좋은 이유는 공기와 연료의 혼합비가 연소에 유리하고 보다 많은 연료를 분사했던 관계로 팽창 행정후에도 연소실의 온도를 높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솔린 엔진의 경우에는 쓰로틀 밸브도 많이 열린 상태라 흡기 행정시의 손실도 적어지지요. BSFC에 대해 좀 더 자세한 글은 링크를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열심히 설명했지만 BSFC 차트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사실은 결국 간단한데 각 엔진회전수에서 낼수 있는 최대 토크의 70~90% 가량의 부하를 걸면서 엔진회전수를 최대한 낮게쓰면 연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것입니다. 사실 BSFC에서 최적운전곡선을 찾는 것도 엄연한 연구 분야라 제가 이렇게 말을 해 버리면 관련 연구자 분들께서는 경악을 하실테지만 비전문가 입장에서는 이렇게만 알고 넘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Satrun 1.9L 엔진의 BSFC 차트 원본출처 – ecomoder 커뮤니티 사이트 링크, 첨삭추가

 

BSFC를 간단히 이해 하셨으면, 어떻게 CVT가 엔진을 연료 효율이 높은 회전수와 부하에서 동작시킬 수 있는지 살펴볼 차례입니다. BSFC가 정해지면 엔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최적운전곡선(Optimal Operating Line, OOL)을 정할 수 있는데 보통은 등출력 곡선(파란색)을 최단거리로 지나면서 연료 소비가 제일 적은 구간을 최대한 많이 지나게 하는 곡선으로 정합니다(위의 그래프상의 빨간색 점선).  Step AT의 경우에는 가속페달을 밟은 양에 따라 쓰로틀 밸브의 열림량과 이미 정해져 있는 기어비의 변속시점이 결정되지만 엔진-CVT의 협조 제어에서는 쓰로틀 밸브의 열림양과 기어비가 동시에 연속적으로 변하여 엔진에 걸리는 부하를 최적운용곡선 상에서 유지시킬 수 있습니다. 최적운용곡선의 왼쪽 부분을 보시면 Step AT와 CVT의 차이를 가장 크게 느끼실 수 있는데 Step AT의 경우는 기어비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쓰로틀 밸브가 열리면 엔진회전수가 증가할 수 밖에 없지만, CVT는 쓰로틀 밸브를 열면서 동시에 기어비를 저속에서 고속으로 바꾸어가며 어느 정도 까지는 엔진회전수를 증가시키지 않고 부하량만 증가시킬 수도 있습니다. 위의 그림의 파란색 점선은 3500rpm이 될 때 마다 변속이 되는 4단 Step AT의 예를 보여주는데, 최적운용곡선에 비해 연료소비율이 높은 구간을 훨씬 많이 지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CVT가 어떻게 엔진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를 간단히 보이기위해 개인적으로 측정해 본 자료 입니다. 알티마 2.5와 G25에 각각 블루투스 OBD 장치를 번갈아 가며 부착한 후 휴대폰 화면을 녹화하고 녹화된 동영상을 1초 간격으로 넘기며 엔진회전수와 속력 그리고 각 회전수별로 낼수 있는 최대 토크 대비 얼마만큼의 부하를 사용하는지(Calculated Load %)를 그래프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대략 9초 동안 50km/h 정도에 도달하는 완만한 가속상황을 비교한 것인데, 출퇴근길에 틈틈히 측정해 본 거라 두 그래프의 가속상황이 완전히 동일한 것이 아님은 염두에 두시고 봐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살펴보실 부분은 엔진회전수인데, 알티마의 경우 완만한 가속에서는 회전수를 계속 1900rpm 아래로 유지하는 반면 G25의 경우에는 4초와 8초에서 2500rpm 부근까지 엔진회전수가 상승하며 두 번의 변속이 발생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CVT가 전체적으로 회전수를 낮게 유지하는데 유리한 것을 확인하실 수 있지요. 아래쪽 그래프의 엔진 부하를 비교해도 CVT의 효율성을 확인하실 수 있는데 Step AT의 경우에는 Calculated Load가 70%를 넘지 못하는 반면 CVT의 경우 4~8초 구간동안 부하량을 80%넘게 사용하여 엔진회전수를 낮게 쓰더라도 Step AT와 비슷한 수준의 가속을 이어나가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알티마의 경우 9초에서 부하량이 줄어드는 이유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서 그렇습니다.) 덧붙여 알티마의 가속 그래프를 보시면 CVT가 속력을 증가시키기 전에 엔진회전수를 살짝 먼저 증가시키는 특성도 확인하실 수 있는데 0~1초 구간을 비교하면 G25와 비슷한 정도의 회전수 증가가 있었지만 속력은 처음 1초 동안은 거의 증가하지 않는것이 보이실 겁니다.

 

알티마 vs G25 가속시 엔진회전수와 Caculated Load(%) 비교

 

위의 그래프에서 확인하실 수 있듯이 CVT의 기본적인 특성은 일단 엔진회전수를 빨리 올려서 엔진이 충분한 출력을 내는 운행조건으로 맞춘 뒤 기어비를 조정해 가면서 가속을 수행하고 가속이 끝나 정속운행구간에 들어서면 최대한 엔진회전수를 낮추어 연비향상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엔진회전수와 부하의 변화는 최대한 BSFC상의 최적운용곡선 근처에서 유지되도록 제어하게 됩니다. 운전자가 입장에서는 가속을 시작하면 엔진회전수가 예상보다 높이 올라갔다가 엔진회전수가 줄어들면서도 속도가 늘어 이질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 글을 통해 CVT의 동작을 이해하셨다면 연비향상을 위한 동작으로 기분좋게 받아들이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CVT의 또 다른 장점으로는 Step AT에 비해 lock-up 클러치를 훨씬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점 입니다. 아래 그림은 닛산 Xtronic CVT 소개자료에서 발췌해 온 그림인데, 차량의 속력이 대략 30km/h 이상이기만 하면 엔진회전수에 상관없이 계속 lock-up 클러치를 물고 있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Step AT는 기어비가 계단식으로 변하는 관계로 변속충격을 방지하기 위해 고단기어로 순항할 때가 아니면 lock-up 클러치를 물고 있지 않지만 CVT의 경우 기어비가 연속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변속충격 부분에서 상당히 자유롭습니다. 높은 유압을 사용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손실을 lock-up 클러치를 통해 만회하고 있는 형국이지요. 최신 Step AT의 경우에는 다단화와 변속 알고리즘의 향상을 통해 lock-up 클러치를 물고 있는 영역을 점점 확대하고 있어 CVT와 효율성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다만 lock-up 클러치를 적극적으로 물리고 있는 동작과 엔진회전수를 최대한 낮추려는 동작이 결합되면 50~80km/h 정도에서 가속페달을 살짝 밟고 순항할 때 한번씩 엔진회전수가 낮아지면서 부하가 증가하여 수동차량으로 언덕에서 출발할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을수도 있으니 이 부분은 CVT 차량 운전자의 이해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CVT와 Step-AT 클러치 lock-up 영역 비교 원본 출처 – Nissan Xtronic CVT Technology Overview

 

마지막으로 CVT의 장점은 제조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 입니다. 참고 자료[1]에 의하면 같은 변속비를 제공하는 Step AT에 생산비용이 살짝 저렴하고 DCT에 비해서는 25% 가량 제조비용이 낮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차량 가격이 낮아질지는 의문이지만 제조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은 어쨌든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리하면 CVT는 운전자의 이질감만 극복한다면 엔진의 힘을 효율적으로 끌어내는 데는 가장 유리한 변속기임에 틀림없습니다. 급가속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엔진을 최대 출력을 내는 지점으로 Step-AT에 비해 빨리 도달시켜 초기가속은 살짝 느릴지라도 결과적으로 보다 빠른 시간안에 가속을 완료시킬 수 있으며 순항시에는 엔진회전수를 최대한 쥐어짜서 연비를 향상시켜주는 변속기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이 글을 읽고 CVT에 대해 호감을 가지는 분이 한 분이라도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References
[1] “Key Technologies of the Pushbelt CVT.”, van der Sluis, Francis, Erik van der Noll, and Hendrik de Leeuw. target 25 (2015): 50.

You may also like...

1 Response

  1. 요한 댓글:

    CVT 미션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