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LS/LC500h의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
이전 글(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이해)에서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THS)의 동작 원리를 설명했는데 작년 하반기의 LC500h와 LS500h의 출시와 함께 보다 진보된 멀티 스테이지 하이브리드(Multi Stage Hybrid) 시스템이 등장하여 다시 글을 남깁니다. 이번 글은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원리를 잘 알고 있는 독자를 대상으로 했으니 혹시 이전 글을 읽지 않았다면 먼저 읽기를 권합니다.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위의 그림과 같이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바퀴를 구동하는 축 사이에 4단 자동 변속기를 추가하여 엔진과 모터의 사용범위를 확대시킨 점입니다. 기존 THS의 경우 시속 70km 이상의 속도에서는 무조건 엔진이 함께 돌아야 했지만 4단 변속기 덕분에 140km/h 정도의 고속까지도 모터만으로 주행이 가능해졌고, 저속에서는 엔진 rpm의 사용 한계가 높아져 초기 가속시에 엔진의 힘을 보다 적극적으로 끌어낼 수 있게 됐습니다.
THS는 기본적으로 엔진과 모터(MG2)의 회전수 차이를 발전기(MG1)가 흡수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MG1의 회전수 한계에 의해 차량의 속도에 따른 엔진 rpm의 허용 범위가 정해집니다. 기존 시스템에서 바퀴와 MG2는 고정된 기어비로 직결되어 있는데, 바퀴(결과적으로 MG2)가 천천히 회전하는 상태에서 엔진의 회전수를 높게 사용하면 MG1이 엔진과 같은 방향으로 너무 빨리 돌게되고, 엔진이 멈춰있는 상태에서 MG2만을 사용하여 고속으로 주행하면 MG1이 엔진과 반대 방향으로 너무 빨리 돌게 됩니다. 위의 그래프의 상단 사선 부분은 MG1의 정방향 회전수 한계 때문에 저속영역에서 엔진 rpm에 상한이 생기는 상황을 나타내며, 하단 사선 부분은 MG1의 역방향 회전수 한계 때문에 고속영역에서 엔진 rpm의 하한이 정해지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특징은 MG2를 바퀴와 고정된 기어비로 직결하지 않고 4단변속기를 통해 연결했기 때문에 엔진과 모터의 회전수 허용범위가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저속에서 바퀴가 천천히 돌더라도 MG2가 빨리 회전하는 기어비(1단)를 사용하면 저속에서도 엔진 rpm을 높게 사용할 수 있고, 고속에서 바퀴가 빨리 회전하더라도 MG2가 천천히 회전하는 기어비(4단)를 사용하면 MG1의 역방향 회전수 한계를 피할 수 있어 고속에서도 모터만으로 주행이 가능해집니다. 위의 그래프는 각 기어단수 별 속도에 따라 사용가능한 엔진회전수의 범위를 다른 색깔로 표시했는데, 4개의 기어비가 커버하는 영역을 합하면 기존 하이브리드 시스템보다 훨씬 넓은 범위의 엔진 회전수를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의 또 다른 장점은 효율성의 향상입니다. THS에서는 가속시 차량의 속도보다 엔진회전수가 먼저 상승하게 되고 MG2(결과적으로 바퀴)의 회전수는 뒤따라 상승하게 됩니다. 엔진이 MG2 보다 빨리 회전하는 동안 MG1은 회전수 차이를 흡수하면서 발전기로 동작하여 MG2에 힘을 보태고 그 결과 MG2가 엔진의 회전수를 따라잡으면 MG1은 회전이 줄어들면서 동력은 엔진을 통해 전달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엔진의 회전이 전기로 바뀌어 에너지가 전달되는 효율을 Electrical path efficiecny라고 하는데 발전기와 모터는 각각 효율적으로 동작하는 회전수 영역이 있기 때문에 속력에 따라 Electrical path efficiency가 변하게 됩니다.
위의 그래프는 기존 THS와 Multi Stage Hybrid 시스템의 Electrical path 효율 곡선을 보여주는데 세로축이 효율, 가로축은 엔진과 MG2회전수 비율로 속도에 비례합니다. 기존 THS의 효율곡선은 그래프 상단에 “Current THS” 라고 표시된 파란색 선으로 시내 주행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속도영역(그래프 하단의 파란색 선)에서 최대 효율을 내도록 기어비가 설정 되어있고 고속에서는 효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Mutli Stage Hybrid 시스템은 4개의 기어비를 사용하여 녹색, 주황색, 파란색, 보라색으로 표시된 4개의 효율곡선 중에 속도별로 가장 효율이 좋은 영역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Multi Stage Hybrid 시스템의 4단(보라색)을 사용하면 기존 THS에서는 효율이 낮은 고속도로 속도영역(그래프 하단부분의 붉은선)에서 효율이 개선되는 부분이 눈에 띕니다.
Multi Stage Hybrid 시스템의 또 다른 특징은 CVT로도 동작할 수 있지만 10단 자동 변속기와 같은 느낌도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엔진 회전수와 차량의 속도가 비례하지 않아 변속감이 약한 CVT고유의 느낌 보다는 기존 자동변속기 처럼 엔진회전수의 상승과 속력이 비례하는 것이 스포티하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에 LC500h와 같이 스포츠성을 강조하는 모델에 탑재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지요. 위의 그림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사용할 수 있는 엔진 회전수 영역중에 일부러 일부만을 사용하여 10단 변속기의 느낌을 제공하는 모드(simulated shift)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simulated shift에서 4단 자동 변속기의 1~3단은 각각 1~3, 4~6, 7~9단 모드를 담당하고 마지막 4단은 10단 모드를 담당하게 됩니다.
4단 변속기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이용하여 어떻게 10단 변속기의 느낌을 만드는지는 SAE international에 2017년 발표된 “Development of Shift Control System for Multi Stage Hybrid Transmission“이라는 논문에 잘 설명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내용을 아주 살짝 훑어 보기만 하겠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4단 변속기는 1단으로 고정된 상태에서 simulated 1단에서 2단으로의 변속 진행시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세로축은 Multi Stage Hybrid 시스템 각 부분의 회전수를 나타내는 축으로 각 세로선 상의 점들은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MG1, 엔진, MG2, 바퀴(Output)의 회전수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Simulated 1단(파란색 점들)에서 2단(분홍색 점들)으로 변속시 바퀴와 MG2의 회전수는 변하지 않은채로 (노란색 점들은 고정) 엔진회전수만 떨어지게 되는데 이를 위해 MG1의 발전 부하(역방향 토크)또는 정방향 토크를 제어해서 MG2 회전수에 대한 엔진 회전수의 비율을 바꾸게 됩니다.
MG1의 토크제어를 위해 각 하이브리드 시스템 각 부분의 토크와 회전수를 센서로 계측하고 이들에 대한 Power Balance Equation을 실시간으로 계산해야 하는데 자세한 내용은 논문을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논문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simulated shift를 구현하기 위해 배터리의 파워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자동 변속기와는 달리 배터리 충전상태에 따라 변속 패턴이 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튜브에서 LC500h/LS500h의 시승기를 열심히 검색해봤지만 워낙 고가의 차량이라 험하게 몰아보는 리뷰어가 없어서 써킷과 같은 극한 상황에서 변속 패턴이 어떻게 변하더라에 대한 언급을 찾아 볼 수는 없었습니다. 아직은 두 차량이 출시된 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라 시간이 지나면서 좀 더 자세한 내용이 드러나길 기대해 봅니다.
작년 중순 LC500의 디자인을 처음 보고 반해서 관심을 가지다 보니 Multi Stage Hybrid 시스템에 대해 알게됐고 Multi Stage Hybrid 시스템을 설명하려다 보니 THS를 먼저 설명하지 않을 수 없어서 이전글과 이번글을 쓰게 됐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두 글 사이에 시간 간격이 길었지만 어쨌든 기획했던 시리즈를 마무리하니 홀가분한 기분입니다. 내용과는 관계 없어도 이번글은 멋진 LC500h의 사진과 함께 마무리 하고 싶네요.
타이틀 사진 출처 – http://newatlas.com/lexus-350-hp-lc500h/41907/
젤 반가운 글이네여 ㅎ 감사합니다 좋은자료